오마이뉴스 | 한국 1호 전문가 "가학적 성행위 장면에 배우들 트라우마, 이젠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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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게임>도 내가 알고 있는데 한국에는 왜 인티머시 코디네이터가 없어?"
지난해 미국 인티머시 프로페셔널 연합(Intimacy Professional Assoiation, 아래 IPA)에서 해당 과정을 수료한 권보람씨는 담당자에게 이 같은 말을 들었다고 한다. 가학적이거나 수위가 높은 성적 표현이 심심찮게 담기는 한국 콘텐츠에 인티머시 코디네이터가 제대로 참여한 경우가 거의 없다는 게 이례적이라는 반응이었다.
인티머시 코디네이터라는 개념은 2017년 할리우드에서 촉발한 미투 운동 직후 등장했다. 영화나 드라마, 연극 등에서 수위 높은 성적 표현이나 베드신, 노출신 등이 있을 때 배우와 창작자 사이에서 안전과 소통을 담당하는 이들을 뜻하는 개념이다. 물론 그전에도 매니저나 프로덕션 관계자가 비슷한 역할을 소화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정확하게 개념과 역할이 정립된 이후 영미권을 비롯 여러 나라의 제작 현장에 활발하게 투입되고 있다.
서울 강남구 인근의 카페에서 22일 오후 만난 권보람씨는 국내 1호 인티머시 코디네이터로 알려져 있다. 미국배우방송인노동조합(SAG-AFTRA)이 인증한 10여 곳의 교육기관 중 IPA에서 해당 과정을 수료한 그는 지난 5월 초 열린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 포럼을 시작으로 공식 활동에 들어갔다.
불모지와도 같은 한국

한편으로 권보람씨는 영화 <영주>와 <빅슬립>을 제작한 프로듀서기도 하다. 현장 영화인으로 인티머시 코디네이터의 존재를 인지한 후 그 필요성을 절감해 직접 도전하게 됐다고 한다. 한국 작품에서 인티머시 코디네이터가 투입된 건 한국영화아카데미가 제작한 <갈비뼈>(2023)가 유일하다. 현재 상영 중인 <야당>에도 크래딧상엔 인티머시 코디네이터로 표기돼 있지만 정식 교육 과정을 밟은 전문가는 아닌 무용가로서 조력한 사례다.
"쉽게 말하면 인티머시 신(Intimacy Scene)이 있는 영화나 드라마, 공연 등의 제작과정에서 배우와 스태프가 안전하면서도 존중받는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돕는 전문가다. 영화에서 무술 감독이 액션 장면을 감독과 함께 설계하듯 인티머시 코디네이터 또한 시나리오를 먼저 읽고 창작자와 배우 간 소통을 도우며 인티머시 장면 설계를 돕는다.
미국에서도 법제화까진 아니지만 배우조합의 힘이 강력하기에 해당 장면이 있다면 무조건 인티머시 코디네이터를 고용해야 한다. 노출계약서도 따로 마련해서 쓰도록 돼 있다. 그걸 지키지 않으면 형사처벌을 받지 않더라도 정신적 손해배상 등 민사소송이 가능한 것으로 안다. 아직 제가 한국영화에 투입된 게 없기에 어떻게 도입하고 싶은지 질문을 받을 때마다 이런 직업이 있다는 걸 우선 알리고 싶다고 답하곤 한다. 제작비가 더 들어가지 않냐는 말도 하시는데 배우 뿐 아니라 창작자나 제작자 입장에서도 모두 도움이 되는 존재라는 걸 말씀드리고 싶다."
프로듀서 출신으로 영화 현장에 이해도가 높다는 것도 권보람씨의 장점이었다. 감독 의지에 따라 현장에서 노출신이 추가되거나 합의되지 않은 성적 장면을 촬영하는 일이 왕왕있었던 사실을 짚으며 그는 "창작 과정에 간섭이 아니라 여러 위험 요소를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이해하셨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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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미국 인티머시 프로페셔널 연합(Intimacy Professional Assoiation, 아래 IPA)에서 해당 과정을 수료한 권보람씨는 담당자에게 이 같은 말을 들었다고 한다. 가학적이거나 수위가 높은 성적 표현이 심심찮게 담기는 한국 콘텐츠에 인티머시 코디네이터가 제대로 참여한 경우가 거의 없다는 게 이례적이라는 반응이었다.
인티머시 코디네이터라는 개념은 2017년 할리우드에서 촉발한 미투 운동 직후 등장했다. 영화나 드라마, 연극 등에서 수위 높은 성적 표현이나 베드신, 노출신 등이 있을 때 배우와 창작자 사이에서 안전과 소통을 담당하는 이들을 뜻하는 개념이다. 물론 그전에도 매니저나 프로덕션 관계자가 비슷한 역할을 소화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정확하게 개념과 역할이 정립된 이후 영미권을 비롯 여러 나라의 제작 현장에 활발하게 투입되고 있다.
서울 강남구 인근의 카페에서 22일 오후 만난 권보람씨는 국내 1호 인티머시 코디네이터로 알려져 있다. 미국배우방송인노동조합(SAG-AFTRA)이 인증한 10여 곳의 교육기관 중 IPA에서 해당 과정을 수료한 그는 지난 5월 초 열린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 포럼을 시작으로 공식 활동에 들어갔다.
불모지와도 같은 한국

한편으로 권보람씨는 영화 <영주>와 <빅슬립>을 제작한 프로듀서기도 하다. 현장 영화인으로 인티머시 코디네이터의 존재를 인지한 후 그 필요성을 절감해 직접 도전하게 됐다고 한다. 한국 작품에서 인티머시 코디네이터가 투입된 건 한국영화아카데미가 제작한 <갈비뼈>(2023)가 유일하다. 현재 상영 중인 <야당>에도 크래딧상엔 인티머시 코디네이터로 표기돼 있지만 정식 교육 과정을 밟은 전문가는 아닌 무용가로서 조력한 사례다.
"쉽게 말하면 인티머시 신(Intimacy Scene)이 있는 영화나 드라마, 공연 등의 제작과정에서 배우와 스태프가 안전하면서도 존중받는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돕는 전문가다. 영화에서 무술 감독이 액션 장면을 감독과 함께 설계하듯 인티머시 코디네이터 또한 시나리오를 먼저 읽고 창작자와 배우 간 소통을 도우며 인티머시 장면 설계를 돕는다.
미국에서도 법제화까진 아니지만 배우조합의 힘이 강력하기에 해당 장면이 있다면 무조건 인티머시 코디네이터를 고용해야 한다. 노출계약서도 따로 마련해서 쓰도록 돼 있다. 그걸 지키지 않으면 형사처벌을 받지 않더라도 정신적 손해배상 등 민사소송이 가능한 것으로 안다. 아직 제가 한국영화에 투입된 게 없기에 어떻게 도입하고 싶은지 질문을 받을 때마다 이런 직업이 있다는 걸 우선 알리고 싶다고 답하곤 한다. 제작비가 더 들어가지 않냐는 말도 하시는데 배우 뿐 아니라 창작자나 제작자 입장에서도 모두 도움이 되는 존재라는 걸 말씀드리고 싶다."
프로듀서 출신으로 영화 현장에 이해도가 높다는 것도 권보람씨의 장점이었다. 감독 의지에 따라 현장에서 노출신이 추가되거나 합의되지 않은 성적 장면을 촬영하는 일이 왕왕있었던 사실을 짚으며 그는 "창작 과정에 간섭이 아니라 여러 위험 요소를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이해하셨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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