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 '499일의 하늘'로 올라간 권영국의 약속 "땅에서 뵙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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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만났어요! 500일 하루 전에! 마지막 고공을 찾았습니다!"
10m 높이의 불탄 공장 옥상(경북 구미 한국옵티칼하이테크)에 오른 권영국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가 해 진 땅을 향해 외쳤다. 고공농성 499일, 우리나라 여성 노동자 최장기 고공농성 기록(한진중공업 해고노동자 김진숙의 309일)을 넘어선 박정혜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수석부지회장이 권 후보 옆에서 함께 손을 흔들어 보였다.
권 후보는 "늘 마음에 걸렸다"라며 박 부지회장에게 하얀 물망초 화분을 건넸다. '잊지 말아요(박 부지회장을 잊지 않겠다)'라는 꽃말의 의미도 함께 전했다. 박 부지회장은 "잘 키워서 내려갈 때 갖고 가겠다"라고 웃어 보였다. "권 후보의 정책들이 다 노동자를 위한 것이기 때문에 잘해주신다면 노동자들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라는 응원의 말도 덧붙였다.
고용승계를 요구하는 형광색 조끼를 입은 박 부지회장과 포옹을 나눈 권 후보는 "고공농성자들이 내려오길 기다리는 게 아니라 함께 손잡고 내려가는 정치를 만들겠다"라고 약속했다. 리프트를 타고 먼저 땅으로 내려온 권 후보는 박 부지회장이 있는 하늘을 향해 다시 한번 외쳤다. "박정혜를 땅으로! 옵티칼 동지들을 일터로!"
지난 20일 저녁 이뤄진 박 부지회장과의 만남은 대구·경북을 찾은 권 후보의 선거운동 마지막 일정이었다. 이날 구미에 앞서 경주와 대구를 찾았을 때도 권 후보는 시민들에게 고공농성과 SPC 사망사고 같은 노동 현안을 자주 언급했다.
<오마이뉴스>는 20일 하루 권 후보의 선거운동 일정을 동행 취재했다. 경주·대구·구미까지 일정 사이사이 권 후보의 이야기를 들었다.
고진수·김형수 이어 박정혜의 '하늘'에 오르기까지


"굉장히 짧은 대선 기간이다 보니 힘들기보단 아쉽죠."
선거 포스터처럼 특유의 활짝 웃는 웃음으로 권 후보가 경북 경주 중앙시장(아래시장)으로 이동하는 차 안에서 말했다. 이른 아침 서울에서 언론 인터뷰(오전 7시 30분~40분)를 마치고 비행기(김포공항~포항경주공항)를 타고 와 대구·경북 유권자들을 만나러 가는 길이었다. 앞서 경주 대릉원 인근에서 민주노동당 경북선거대책위원회·경주노동선거대책본부 출범식(11시~11시 40분)을 끝낸 권 후보는 "유권자 입장에선 후보를 검증할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라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중앙시장에서 만난 상인들은 대선 첫 TV 토론에서 권 후보를 봤다며 반가워하는 모습이었다. 경주에서 30년간 살았다는 한 할머니가 권 후보의 손을 꽉 잡으며 말했다. "테레비 토론에서 봤어. 우리 안 그래도 캤다. 힘만 있으면 대통령 되겠다고." 차량에 타자마자 선거 운동복 안에 입고 있던 셔츠를 벗을 정도로 더운 날씨(최고기온 32도)였지만 권 후보는 30분 가까이 시장 골목을 돌며 "권영국입니다", "저 여기 국회의원 출마(2016년·2020년 총선)했던 것 기억하시죠?"라고 상인들과 인사를 나눴다.
이날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까지 권 후보의 일정표엔 노동 관련 일정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인구 절반이 몰려 있는 수도권에서 거대 양당 후보가 유세를 펼칠 때, 권 후보는 수도권에서 200㎞ 넘게 떨어진 경북 구미를 찾아 하늘로 올라간 고공농성자를 만나기로 했다. 그전까지 대구 언론사들과 기자간담회를 갖고, 지역 청년노동을 주제로 경북대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기로 했다.
"지금까지 고공농성 중인 한화빌딩 앞 김형수(5월 21일 기준 68일째), 세종호텔 앞 고진수(98일째), 구미공장 옥상 박정혜(500일째). 특히 구미에서 최장기 고공농성 중인 박정혜 부지회장을 찾아가지 않았던 게 마음에 걸렸어요. 아마 외롭게 싸우고 있을 텐데, 오늘 거기 옥상에 올라가서 저희가 같이하고 있다는 용기와 위로를 전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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