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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종일 부슬비 내린 15일 오후. 비정규노동자의 집 '꿀잠' 주방이 분주하다. 살레시오 수녀회에서 기증한 최상급 쇠고기에 갖은 채소를 얹어 소불고기를 만든다. 주방장 함복례의 요리 경력 25년 양념이 버무려진다. 보험설계사 김옥경이 제주에서 손수 꺾어 보낸 고사리나물, 강릉 해녀가 직접 채취한 자연산 미역국, 꽈리고추찜과 머위대 볶음이 보온 용기에 담긴다. '흑백요리사'급 진수성찬이다. 꿀잠 운영위원장 김소연이 을지로와 명동의 고공농성장으로 향한다.
2008년 서울 구로 기륭전자 경비실 옥상에서 67일, 2010년 공장 앞 포클레인 운전석 위에서 18일 농성 할 때의 기억이 떠오른다. 입맛도 없고 소화도 되지 않지만, 무엇보다 화장실 때문에 조금만 먹어야 하는 '하늘 감옥'의 끼니. 494일을 감옥에서 보낸 박정혜의 오늘 저녁은 어땠을까? 꿀잠 특식이 20년 일식 요리사 고진수와 고깃배처럼 흔들리는 철탑 김형수 입맛에 맞았으면 좋겠다.
김소연이 20년 세월을 회상한다. 2005년 7월 비정규직노조(기륭전자분회)를 결성하고 공장에서 쫓겨난 여성노동자들에게 세상은 무심했다. 대법원은 불법 파견이지만 2년이 되지 않았으니 해고가 정당하다고 했다. CCTV 철탑, 미술관 옥상, 서울시청 조명탑... 사람이 오를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올라 소리쳤다.
2008년 94일 단식, 2010년 포클레인 농성을 거쳐 1895일 만에 조합원 10명 복직에 합의했지만, 끝내 사장이 야반도주했다. 불 꺼진 사무실을 지키던 조합원들은 공장 울타리를 넘어 비정규직 노예제도를 없애라며 오체투지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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