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 생전 꿈처럼, 장례식에 그림 전시... 우리는 다른 죽음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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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삶의 일부이지만, 시민들은 그에 대한 말을 최대한 아끼며 살아간다. 죽음에 대한 침묵이 길어질수록 불안과 두려움은 증폭되고, 결국 그것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게 된다. 이에 침묵을 깨고 싶은 시민들이 모여 팀을 이루고 행사를 만들었다. 여러 세대 및 다양한 삶의 조건에 있는 사람들이 함께 죽음을 삶의 고유한 일부로 받아들이고, 자유롭게 얘기함으로써 그 앎을 확장하고 실천하려는 시도다.
디-톡스는 지난 18일부터 19일까지 서울 동작구 서울여성플라자에서 '2025 죽음이야기주간: 웃으면서 죽음을 말하고 싶었어'을 주최했다. 첫 번째 날에는 '죽음의 의례, 장례를 묻다', 두 번째 날에는 '나 홀로 죽음'을 주제로 이야기가 오갔다. 행사는 워크숍 형태의 '대화'와 참가자 중심의 '이야기 콘서트'로 이루어졌다.
내가 원하는 '장례식'

18일 첫 순서로 서울시 공영장례를 지원하는 사단법인 나눔과나눔의 김민석 사무국장 진행 아래 '나의 장례식을 부탁해' 대화가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사전장례의향서를 작성하며 각자가 원하는 장례식을 기획하고, 김 사무국장에게 실현 가능 여부를 자문받았다.
김민석 사무국장은 "장례는 정해진 대로 진행하지 않아도 된다. 애도에 정답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자신의 상상한 장례식을 그대로 실현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며 "법률에 명시된 연고자만이 장례를 치를 수 있다. 친구, 사실혼 관계의 배우자, 사촌, 조카나 이모, 사위나 며느리 모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민법이 규정하는 유언의 법적 효력에는 장례가 포함되지 않는다"며 "유언장을 공증받는다고 해서 원하는 장례를 할 수 없다는 이야기"라고 덧붙였다.

그 다음에는 '애도의 몸 마음가짐, 그리고 장례' 이야기 콘서트가 열렸다. 패널로는 박진옥 사단법인 나눔과나눔 이사, 전승욱 한겨레두레협동조합 채비 이사, 이승주 전 한국전통문화대학교 교수가 함께했다. 플로어에서도 자유롭게 이야기 콘서트에 참가해 각자의 경험을 털어놓았다.
가족을 요양병원에 모신 한 참가자는 "장례는 죽은 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살아 있는 자가 감정과 기억을 승화시키는 과정"이라고 표현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생전에 전시회를 열고 싶어 하셨던 어머니의 그림을 모아 장례식장에 전시했다"고 말했다.
"병원에서 곧장 장례식장으로 이동하는 시스템이 마치 배송처럼 느껴졌다"는 참가자는 정해진 틀에 따라 진행되는 장례와 애도를 통해, '진심으로 고인을 보내는 법'에 대한 고민을 드러냈다. 친구 두 명의 아버지가 같은 날 돌아가셨던 경험을 떠올린 또 다른 참가자는 "아버님의 삶이 각각 다르신데도 장례는 똑같았다"고 되새기며 장례의 일률적인 형식에 대한 의문을 보였다.

박진옥 이사는 서울시 공영장례 현장에서 일했던 경험을 토대로 "자신이 죽으면 장례를 치를 사람도 없고 무연고 사망자가 될 수밖에 없는데, 서울시에서 어떻게든 신변을 정리해 줄 것이라는 믿음이 당사자에게 큰 의미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는 "민법의 유언으로 장례 사항을 지정할 수 있게 하는 운동을 하려 한다. 나눔과나눔 시즌 2인 셈이다. '내뜻대로 장례'를 하고 싶은 당사자들로 조합을 만들고 캠페인을 해 제도를 바꿀 것"이라며 '후견인 제도'를 예로 들었다.
전승욱 이사는 "사는 것도 팍팍하고 어렵지만, 죽는 것도 어렵다. 삶을 존중하지 않는 노동이 우리 삶을 지배하다 보니 죽음도 존중받지 못한 거 같아서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그는 "전통의례 중 제일 안 바뀐 것이 상례"라며 "기존 장례의 모순을 넘어 반대 견해를 밝히는 것도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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