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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최고관리자 /  DATE: 25-03-06 08:16 /  HIT: 2회

오마이뉴스 | 엘리베이터가 고장난 며칠 동안 든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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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아파트 엘리베이터가 고장이 났다. 우리 집은 15층.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났다. 밖에 나갔다가 집에 돌아올 때마다 작은 희망을 품는다. 고쳐졌겠지, 고쳐졌겠지. 설마, 아직도 안 되려고. 그런데 아직이다.

이럴 수가. 터덜터덜 계단을 오른다. 안 그래도 계단 운동을 하려고 했는데 마침 잘됐군. 긍정 회로를 돌렸으나 맨몸으로 하는 계단 운동과 짐을 지고 오르는 건 다르다. 원해서 하는 운동과 어쩔 수 없이 하는 노동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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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가 멈추니 한번 나가면 모든 걸 해결하고 들어온다. 필요한 걸 온라인으로 많이 시켰는데, 온라인 구매를 할 수가 없다. 배달원이 우리 집까지 올라올 수 없는 까닭이다. 마트에서 장을 많이 볼 수도 없다. 내가 가지고 올라갈 수 있는 최소한만 산다.

마트에서 카트 가득 물건을 싣는 사람들을 보면 '아, 저들의 엘리베이터는 안녕한가 보구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든다. 가끔 먹던 배달 음식도 시킬 수 없다. 고층에 사시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어찌나. 몸이 불편하신 분들은 아예 집 밖으로 나가지도 못하시겠구나.

불만이 있어도 말하지 못하는 나

예전에도 몇 번 엘리베이터가 고장 난 적이 있으나 몇 시간이 지나면 고쳐지곤 했다. 이번도 그러려니 하고 생각했었는데 며칠째 엘리베이터는 계속 '점검 중'이다. 관리사무소에 항의해 볼까, 하다 멈췄다.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얘기했겠어. 나까지 더할 필요는 없지.'

난 내 불만을 잘 표현하지 못한다. 불만을 말하면 상대방이 불편해지고 썰렁해진 분위기로 인해 결국 나도 불편해지니 그냥 좋게 넘어가자는 생활 방식이 몸에 배었다.

그런데 사흘이 넘어가자 이런 생각이 드는 거다. 우리 라인에 사는 사람들이 나처럼 다 잘 참는 사람들이어서 가만히 있고, 관리사무소에선 참을 만한 줄 알고 천천히 고쳐주는 거면? 그렇게 상상하니 참을성 없는 누군가가 강력하게 항의해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나는 교양 있게, 사람 좋게 그 뒤에 숨어 누군가가 날 대신해서 불만을 터트려주길 바라는 것이다. 이런 못된 심보가 어디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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