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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최고관리자 /  DATE: 25-01-08 16:17 /  HIT: 3회

오마이뉴스 | 모기에 피 빨리고, 추위 때 핫팩 붙여 가며 버틴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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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은 초등학교 우유 배식 아르바이트 마지막 날이었다. 처음 이 일을 시작했을 때는 도중에 그만두지 않고 학기 말까지 하는 것만을 목표로 삼았다(관련 기사: 압구정동에 살아도 알바를 나갑니다 https://omn.kr/29xtt ).

그전까지 이런 일 저런 일, 많이 도전해 봤지만 어떻게 된 셈인지 오래 가는 경우가 드물었다. 더러 내가 나오기도 했고 잘리기도 했고, 처음부터 떨어지기도 했다.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자존감이 많이 떨어졌다. '나'라는 사람에 대해 자신이 없어지자, 점점 더 단순한 일, 최저 시급 일만 찾게 되었다. 이제는 그 고리를 끊고 싶었다. 일단은 그 시작으로 내가 시작한 일을 끝까지 해내고 싶었다. 그래서 그것만 생각했다.

'어떠한 일이 있어도 빠지지 않으리라.'

그리고, 해냈다.

마지막까지 온 것이다. 그동안 딱 이틀 일을 쉬었다. 하루는 일 시작 전부터 잡혀 있던 여행 일정 때문이고, 또 하루는 새벽에 귀국하는 아들을 맞기 위해서였다.

이 이틀을 제외하곤 단 한 번의 지각도 없이, 오히려 처음에 급식소 대표가 말한 오전 6시 30분보다 30분 더 빠른 6시까지 매일매일 출근했다. 아무리 단순한 일이라고는 하지만, 이렇게 끝까지 성실하게 달려온 나 자신을 칭찬해 주고 싶다.

가장 힘들었던 건 폭염과 혹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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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 시급에 단순 노동이라고 해서 쉽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일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건 '날씨'였다. 8월 20일, 2학기 첫날부터 시작해서 해를 넘기고 1월 7일, 한겨울 가운데 마지막 날을 맞기까지 더위와 추위를 골고루 겪었다.

한창 더울 때 우유 창고 근처에는 모기가 기승을 부렸다. 온몸에 모기약을 바르고 집을 나서야 했다. 몸에 조금이라도 빈틈이 있는 곳은 턱선, 목덜미, 발목을 가리지 않고 모기가 달라붙어 피를 빨았다. 집에 오면 땀범벅이라 바로 샤워해야 했다. 가을에는 날씨가 변덕스러워 폭우가 쏟아지는 날도 있었다.

창고에서부터 학교 건물까지 몇 걸음 채 안 되는 짧은 거리지만 우산을 받쳐 들고 낑낑거리며 카트를 끌었다. 겨울이 닥쳐오자 그렇지 않아도 수족냉증인 나는 손발이 얼어붙었다. 기모가 든 작업 장갑을 구입하고 발등에 핫팩을 붙이고 출근했다.

우유를 나르느라 실내외를 오가다 보면 콧물이 흘러 휴지도 항상 가지고 다녀야 했다. 우유가 든 무거운 카트를 옮기는 일이다 보니 허리를 다칠까 항상 신경이 쓰였다. 그런데 허리도 허리지만 의외로 무릎이 아파 고생하기도 했다. 이제 이 모든 일들은 다 추억으로 남게 되었다.

좋은 점도 있었다. 무엇보다 아침 시간을 알차게 쓸 수 있어 좋았다. 학교 일이라서 주말과 공휴일에 다 쉴 수 있다는 사실도 플러스 요인이었다. 비록 아이들을 직접 대할 일은 없었지만 학교라는 공간이 주는 활기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제일 큰 장점은, 남는 우유를 가지고 올 수 있다는 점이었다. 매일 남는 우유가 나온 것은 아니지만 못해도 일주일에 한두 번은 꼭 몇 개씩 발견할 수 있었고, 덕분에 지난 4개월 내내 우리 집 냉장고는 우유로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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