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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최고관리자 /  DATE: 24-11-06 10:51 /  HIT: 3회

오마이뉴스 | 1935년생 이 사람 심장이 매일 시동 걸리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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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한 대를 논으로 가지고 가려면 4명이 필요했지. 지게에 한 사람이 호이루(휠, 바퀴) 한 짐 얹고, 한 사람은 몸통 한 짐 지고, 또 한 사람은 수통(수관) 한 짐 지고 들로 나가는 겨."
"4명이 필요하다면서요? 나머지 한 명은요?"
"기술자는 연장만 들고 따라가면 되는 겨."

충남 부여군 석성면 창리에 사는 1935년생 박대규씨가 발동기를 모으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 지난 10월 중순, 발동기에 대해 전혀 상식이 없고 호기심만 있는 상태에서 나는 소개해준 지인을 따라 창리마을로 향했다.

발동기를 보관해 놓은 창고를 열자 내 눈에는 시커먼 쇳덩어리로 밖에 보이지 않는 물건들이 줄지어 있는 것이 보였다. 낡았지만 기름칠을 잘 해놓아서 반질반질 윤이 나는 쇳덩어리 50~60 여 대가 검은 곰처럼 엎드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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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를 잘 모르는 문과 출신인 내게는 그의 수장고는 검은 물체가 가득한 낯선 행성 같았다. 그 후로 발동기에 대해 몇 사람에게 물어보기도 하고 동영상 플랫폼에서 찾아보면서 그 용도에 대해 머릿속에서 정리가 된 상태에서 다시 그를 찾아갔다.

"논에 경지정리 하기 전에는 말여, 이 강가에 발통기(발동기)가 열 두 대나 쫙 깔려 있었어."

발동기는 농업이 근대화되기 시작하던 시기에 논에 물을 대고 탈곡기를 돌리고, 방앗간에서 정미용으로 사용하던 기계이다. 순전히 하늘만 바라보고 노동력으로만 농사를 짓던 시기에 이 발동기라는 물건은 농업의 신세계를 열어준 기계였다.

부여군 석성면은 백마강 갯벌이 만든 넓은 들판 논에서 농사를 짓는 곳이다. 땅은 비옥했고 백마강에서 물을 끌어와 논에 물을 대서 벼농사를 지었다. 강물을 끌어오지 못하는 골짜기 논에는 한구석에 둠벙을 파서 물을 가둬놓았다가 두레박이나 무자위를 밟아서 물을 퍼서 논에 물을 댔다.

사람들 눈 번쩍 뜨이게 했던 신문물

'농사를 지었다'는 말을 들으면 풍요로운 두레 풍장소리만 들릴 것 같지만, 실은 모든 과정마다 치밀하게 계산되고 동원된 노동력이 배어있다. 일제강점기 말쯤 일본에서 '발동기'라는 기계가 도입되기 시작했다.

기름(석유, 경유)을 넣고 피대(벨트)를 수통(수관)이나 탈곡기에 연결하고 시동을 걸면, 동력에 의해 강물이 수통을 통해 논으로 들어갔다. 탈곡기에 연결된 발동기에서는 수확한 벼를 순식간에 탈곡해서 낟알로 털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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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태로 힘겹게 탈곡하다가 발로 밟으면 '와릉까릉'하는 소리가 나서 호롱기 또는 탈곡기라는 수동 기계를 사용하던 시기에, 발동기라는 이 신문물은 과거 머슴 서너 명이 하는 일을 순식간에 혼자 해치웠으니 당시 농사짓던 사람들의 눈이 번쩍 떠질 수 밖에 없었다.

어린 박대규씨도 발동기의 괴력에 푹 빠져버리고 말았다. 그는 부여군 석성면 창리에서 태어나 평생 목수로 일하며 농사도 지으며 사는 동안 기계의 매력에 매혹되어 시골 마을 안의 '얼리어답터'로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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