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 참 이상하네, '허송세월' 중인데 충만함으로 가득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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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허송세월'은 나태와 태만에 가까운 것 같지만, 반대로 휴식과 회복의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다. 바쁘고 조급한 시간 속에서 잠시라도 멈춰 자신을 돌보지 않으면 결국 포화 상태에 이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우린 그 시간조차 의미 없이 흐르는 건 아닌가 조바심을 낸다. 당연히 가져야 할 시간인데 낭비와 게으름을 들이대며 자책하기도 한다. 여유가 어색한 삶을 살아내다 보니 '허송세월'이 헛됨으로 굳어진 탓이다.
그런데 여기 무언가 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책이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보낸 시간마저 나를 채우는 배경이 될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그는 여든 가까이에 다다르는 동안 맞닥뜨린 경험을 들고 와 '허송세월'도 아까워 말라고, 거기에도 나를 만드는 가치가 깃들었다고 담담하게 풀어놓는다.
책 <허송세월>(2024년 6월 출간)은 노년, 자연, 가족, 글쓰기, 한 끼 밥 같은 소소한 일상에 깊이를 더하여 독자가 기꺼이 동조하도록 이끄는 김훈의 산문집이다.

먼저 '1부 새를 기다리며'는 삶의 허무를 견디며 살아가는 인간의 품위와 슬픔을 담백하게 기록했다. '2부 글과 밥'은 생활 밀착형 이야기로 글쓰기의 고뇌와 밥을 짓고 먹는 행위에 대하여 세세하게 전한다. '3부 푸르른 날들'에선 잊히지 않는 생의 순간들을 회한과 그리움으로 생생하게 묘사한다.
김훈의 감정과 경험이 담긴 46편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사는 일의 의미에 생각의 전환이 일어날 것이다.
치열하게 일만 했던 세월이 꼭 의미 있는 것만은 아니라며 글쓰기 노동자 김훈은 허송세월을 두둔한다. 오히려 자연과 함께 한가로이 보내는 이 시간이 살아있는 느낌이라며 '바쁘다'는 반어적 표현까지 썼다.
겉으론 무익하게 보일지 몰라도 마음만은 충만함으로 가득찬 그가 허송세월에서 의미를 찾고 있다. 세상 기준에 굴복하지 않는 지금이야말로 그에겐 진짜 삶, 회복의 순간임을 나 또한 간접적으로 경험하며 충전되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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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우린 그 시간조차 의미 없이 흐르는 건 아닌가 조바심을 낸다. 당연히 가져야 할 시간인데 낭비와 게으름을 들이대며 자책하기도 한다. 여유가 어색한 삶을 살아내다 보니 '허송세월'이 헛됨으로 굳어진 탓이다.
그런데 여기 무언가 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책이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보낸 시간마저 나를 채우는 배경이 될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그는 여든 가까이에 다다르는 동안 맞닥뜨린 경험을 들고 와 '허송세월'도 아까워 말라고, 거기에도 나를 만드는 가치가 깃들었다고 담담하게 풀어놓는다.
책 <허송세월>(2024년 6월 출간)은 노년, 자연, 가족, 글쓰기, 한 끼 밥 같은 소소한 일상에 깊이를 더하여 독자가 기꺼이 동조하도록 이끄는 김훈의 산문집이다.

먼저 '1부 새를 기다리며'는 삶의 허무를 견디며 살아가는 인간의 품위와 슬픔을 담백하게 기록했다. '2부 글과 밥'은 생활 밀착형 이야기로 글쓰기의 고뇌와 밥을 짓고 먹는 행위에 대하여 세세하게 전한다. '3부 푸르른 날들'에선 잊히지 않는 생의 순간들을 회한과 그리움으로 생생하게 묘사한다.
김훈의 감정과 경험이 담긴 46편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사는 일의 의미에 생각의 전환이 일어날 것이다.
"혀가 빠지게 일했던 세월도 돌이켜보면 헛되어 보이는데, 햇볕을 쪼이면서 허송세월할 때 내 몸과 마음은 빛과 볕으로 가득 찬다. 나는 허송세월로 바쁘다." 43쪽 (허송세월)
치열하게 일만 했던 세월이 꼭 의미 있는 것만은 아니라며 글쓰기 노동자 김훈은 허송세월을 두둔한다. 오히려 자연과 함께 한가로이 보내는 이 시간이 살아있는 느낌이라며 '바쁘다'는 반어적 표현까지 썼다.
겉으론 무익하게 보일지 몰라도 마음만은 충만함으로 가득찬 그가 허송세월에서 의미를 찾고 있다. 세상 기준에 굴복하지 않는 지금이야말로 그에겐 진짜 삶, 회복의 순간임을 나 또한 간접적으로 경험하며 충전되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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