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 법으로 보장된 '육아휴직', 여전히 눈치 보고 사용해야 하는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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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저출생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제도 개선을 시도하고 있다. 최근에는 육아휴직 급여 최대 100만 원 인상, 대체인력 지원금 40만 원 인상, 육아휴직 업무분담지원금 신설(20만 원) 등 제도적 장치를 확대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업무분담지원금'이다. 이 제도를 보며 오래전 지인과 나눈 대화가 떠올랐다.
미혼이 대부분인 부서에 처음으로 결혼을 한 B씨는 출산 후 육아휴직 사용 여부를 두고 관리부와 면담했지만 돌아온 답은 "육아휴직 사용하면 누가 일해?", "아이 낳고 다닐 수 있어?"라는 되물음이었다고 한다.
그 말을 전해들은 선배 A씨는 가슴 속에서 뭔가가 솟구치며 부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B씨에게 "걱정 말고 육아휴직 사용해라, 내가 있지 않느냐"며 큰소리를 쳤다. 우여곡절 끝에 후배는 출산 후 육아휴직을 사용하게 되었지만, 이후 A씨는 그 말을 책임지느라 과중한 업무에 시달려야 했다. 그나마 A씨의 어려움을 안 상사가 약간의 급여를 더 받게 해주었는데 아마도 지금의 업무분담지원금 같은 것이었으리라. 그러나 A씨는 그 시기 내내 막연한 원망을 품었고, 복귀한 후배를 반갑게 맞이할 수 없었다고 했다.
업무분담지원금 목적은 동료의 부담을 덜고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제도이다. 하지만 동료 개개인에게 과중되는 부담이 클 수 있고 대체인력을 채용하지 않고 기존 직원들에게 과중한 업무를 맡기는 경우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인력 구조가 열악한 중소기업일수록 업무 과중으로 인해 노동환경이 악화되기 쉽다. 결과적으로 육아휴직 사용자가 동료에게 '부담을 주는 존재'로 비춰지는 역효과가 발생하기도 한다.
'대체인력을 채용하지 않겠다며 육아휴직 사용하지 말라'고 압박하는 사업주
정부는 대체인력 지원금도 인상했지만, 기업들은 여전히 적절한 대체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소규모 사업장의 경우 특수한 업무에 대한 인수인계가 어렵고, 그 결과 대체인력 채용 대신 기존 인력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방식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2024년 '평등의전화' 상담사례에서는 이러한 문제가 여실히 드러난다.
'대체인력을 뽑아 놓고 가라', '회사에 대체인력이 없을 경우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근무 신청을 반려 할 수 있다고 하는데', '육아휴직 대체근무자를 계속 고용한다고 복귀하지 말라고 하는데', '육아휴직을 사용한다고 하자 대체인력을 뽑지 않겠다며 육아휴직 사용하지 말라는 압박을 주는데', '소규모 사업장으로 대체인력으로 들어온 사람이 쭉 일하게 될 것 같은데', '육아휴직 대체 근무자가 나보다 일을 잘하면 나중에 육아휴직 종료 후 복직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고 잘 생각해보라 하는데'...
위 평등의전화 상담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회사는 출산전후휴가와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노동자에게 대체인력 채용의 어려움을 전가시키고 육아휴직 사용을 막거나 회사에 다시 복귀하지 못하게 하는 불이익의 도구로 이용하기도 한다.
즉, 육아휴직 사용을 방해하거나 복귀를 어렵게 만드는 방식으로 '대체인력'이 악용되고 있다. 따라서 대체인력에 대한 국가적인 차원의 인적자원 시스템을 구축이 시급하다. 특히 소규모 사업장에서도 이용할 수 있도록 관리해야 한다. 또한, 육아휴직 대체인력이 기존 직원의 업무를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채용 및 업무적응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육아휴직 사용 후 복귀한 직원의 동일한 업무 배치, 직무연계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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