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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최고관리자 /  DATE: 25-04-21 20:59 /  HIT: 1회

오마이뉴스 | 대격변의 시대, 한국 국제개발협력이 가야할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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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혼란한 시대에 서 있다. 평화롭고 안정적인 시대는 드물었지만, 이렇게 국내외적으로 어지러운 시기가 있었던가 싶다. 4월 4일 대통령 탄핵이 최종 결정되면서 큰 고비는 지났지만, 12월 초 비상계엄 이후 극명하게 두 동강 난 한국 사회는 이제 여전한 긴장과 혼란 속에서 대선을 맞이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월 취임한 이래 거침없이 파괴적 행보를 이어 가고 있다. 그에 따른 국제사회의 불안정성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바야흐로 대격변의 시대, 한국 국제개발협력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

보편적 가치 추구의 축소와 단기적 국익 실현의 증대 가속화

먼저 국제사회의 변화를 바라보자. 트럼프 대통령은 1월 취임 이후 빠르게 국제개발처(USAID) 해체 작업을 추진했다. USAID가 진행하던 프로그램의 83%가 중지됐다. "이 프로그램들은 미국의 핵심 국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마르코 루비오(Marco Antonio Rubio) 국무장관이 제시한 이유다.

2023년 규모 면에서 세계 4위 공여국인 영국의 애널리스 도즈(Anneliese Dodds) 국제개발 담당 장관은 지난 3월 19일 집권 노동당 총리 키어 스타머(Keir Starmer)를 비판하며 사임했다. 총리가 방위비 증가를 이유로 2027년부터 현재 국민소득(GNI) 대비 0.5%대인 원조를 0.3%대로 삭감할 것이라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도즈는 "결국 이러한 삭감은 절박한 사람들로부터 음식과 보건의료를 빼앗아 영국의 평판을 크게 해칠 것"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올해 2월 20일 네덜란드의 레이네트 클레버(Reinette Klever) 대외무역개발원조부 장관은 '네덜란드 우선주의(Netherlands-first approach)' 방식의 개발원조를 천명했다. 장관은 개발원조 규모를 삭감할 것이며 네덜란드의 국익에 직접 기여하지 않는 프로그램은 중단할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향후 원조는 네덜란드의 안보와 경제 그리고 이민 정책에 유리하게 작용할 지역에만 집중할 것을 밝혔다.

스웨덴은 이미 2023년부터 이 같은 변화를 보였다. 2022년 권력을 잡은 우파 정부는 2023년 12월 '새로운 시대를 위한 개발 지원 - 자유, 임파워먼트 및 지속가능한 성장'이라는 이름의 전략을 제시하며 국제개발협력 정책의 변화를 나타냈다. 정책의 초점은 이민 이슈 해결과 스웨덴 기업 이익 추구에 맞췄다. 전통적으로 중요시해 왔던 최빈곤 국가와 분쟁 국가에 대한 우선 지원, 다자 기구에 대한 지원은 후순위로 밀려났고, 변경된 시민사회 파트너십 정책 기조는 퇴보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 같은 유럽 국가들의 정책 변화는 올해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과는 관계없이 이미 수 년 전부터 이어져 왔다. 개발협력 전문 언론인 체이스-루비츠(Jesse Chase-Lubitz)는 지난 수 년간 진행된 유럽 공여국들의 국제개발협력 정책 변화의 원인을 경제 침체, 국경에서의 안보 위협, 그리고 국수주의자들의 반체제 정서(anti-establishment nationalist sentiments)의 증가 등 세 가지로 설명한다. 좌파는 원조 증대, 우파는 원조 감소라는 전통적 경향성은 당분간은 의미가 없다. 이런 맥락 가운데 공여국 중 미국, 영국, 핀란드, 벨기에, 네덜란드, 프랑스, 스위스, 독일 등은 향후 ODA 예산을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OECD DAC의 주요 회원국 18개국 중 2023년 대비 2025년 ODA 예산이 늘어난 것은 한국, 일본, 이탈리아 3개국뿐이다. 향후 공여국들의 국방비 증가, 기업 지원 연계 증대, 최빈국 지원 감소, 국내 난민 지원 증가 등이 ODA 예산 축소와 연계하여 보아야 할 대목들이다.

공여국들의 정책 변화는 '보편적 가치 추구의 축소와 단기적 국익 실현의 증대'로 요약된다. 이런 현상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공여국 내 경제적 어려움과 원조 피로도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가운데, 공여국 정부들은 원조를 통한 국익 추구를 더욱 명확히 정책에 반영했다. 그럼에도 공여국들은 SDGs와 같은 보편적 국제 규범 준수라는 명분과 국익 추구 간 균형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올 1월 트럼프가 단행한 USAID 해체는 노골적 국익 추구를 위한 '장사꾼 원조'가 다시 본격적으로 전 세계에 등장했음을 보여 준다. 그 결과 당장 원조 자금이 끊겨 생명에 위협을 받는 전 세계의 어려운 이웃들이 존재한다. 과거 식민지 시대 권력 관계의 연장과 냉전 체제 유지 무기로 사용됐던 원조가 보편적 가치 실현이라는 한쪽 얼굴을 가리고, 국익 실현을 위한 전사들의 무기라는 다른 얼굴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보편주의의 혜택을 보았던 글로벌 사회의 어려운 이들은 재부상하는 국익 실현 우선의 논리로 인해 다시금 소외될 것이다.

탄핵 이후 한국 국제개발협력의 정체성

드디어 윤석열이 파면됐다. 계엄 이후 백일이 넘도록 잠 못 이루게 하던 큰 걸림돌은 일단 걷어졌다. 기쁘지만, 진짜 개혁은 이제 시작이다. 국제개발협력 분야는 어떤 일들이 있을까? 2025년에는 향후 수 년간의 한국 국제개발협력 정책에 큰 영향을 미칠 두 가지 일이 진행된다. 첫째는 정부의 중기 전략 문서인 '제4차 국제개발협력 종합기본계획' 작성이다. 현재 정부는 2026년부터 2030년까지 5년간의 한국 국제개발협력 정책의 방향과 내용을 규정하는 정책 문서를 연구 용역 방식으로 작성하고 있다. 둘째는 6월로 예정된 대통령 선거다. 이번에 선출될 대통령은 2030년 5월까지 5년간의 임기를 보낸다. 대통령 선거에서 제시된 공약은 이후 국정 과제로 구체화되고, 제4차 국제개발협력 종합기본계획과 긴밀히 연계될 것이다. 다른 주요 공여국들이 노골적으로 단기적 국익 추구를 기본 전제로 내세우고, 기업과의 연계를 강조하며 ODA 규모 축소를 공표하는 가운데, 한국의 주요 정당들과 정부 당국은 국제개발협력 대선 정책 공약과 제4차 국제개발협력 종합기본계획을 구성할 때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고려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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