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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최고관리자 /  DATE: 24-09-18 19:31 /  HIT: 2회

오마이뉴스 | 소비자엔 최고, 노동자엔 최악... 쿠팡 일하며 느낀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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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일이다. 명절을 앞두고 넉넉하지 않은 주머니 사정에 마음이 심란했다. 마트건 시장이건 시금치, 그것도 한 단도 아닌 소분한 시금치가 9980원에 판매되는 상황이라 가격만 봐도 우울해졌다.

일단 당장 필요한 금액을 계산해 보니, 한 일주일만 알바(아르바이트)를 해서 충당하면 좋을 듯했다.

단기 알바의 최고는 쿠팡과 마켓컬리로 알려져 있다. 일단 이력서나 경력 증명도 필요 없고, 그저 일할 시간과 건강한 신체만 있으면 언제든지 일을 할 수 있으니 그렇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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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마켓컬리에서 일했던 경험을 떠올랐다. 그 당시에는 너무 힘든 탓에 이 알바는 앞으로 두 번은 다시 안 한다, 아니 못 하겠다 생각했는데 상당한 시간이 지나서 그런가, 기억이 미화된 건가. 그게 또 그렇게 못할 일이었나 싶어 가까운 쿠팡 캠프에 지원을 했다.

쿠팡 프레쉬는 좀 그나마 환경이 낫다고 들었다. 일단 나같은 대부분의 지원자 중 여자들은 '소분' 작업에 배당된다. 마켓컬리 소분의 경우 주문자의 상품을 랩핑하고 박스에 담아 트레일에 옮기면 끝이었다. 작업대의 높이와 트레일의 높이는 허리 정도다.

가보니 작업 환경이 아주 열악하지는 않았다. 알바 시간 내내 서서, 다만 쉬는 시간을 줘도 마땅히 앉아 쉴 만한 곳이 없어서 계단에 쭈그리고 앉았었던 것, 그리고 새벽 귀가셔틀버스가 한 번이라 알바가 끝나도 한 1시간은 가까이 버스에 있어야 했다는 게 이 재취업(?)을 망설이게 했던 이유였다.

끝도 보이지 않는 넓은 작업장... 다리가 후들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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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쿠팡 알바 역시 소분에 참여했다. 끝도 보이지 않는 넓은 작업장에는, 귀가 멍멍하게 울릴 정도의 소음이 들어차 있었다. 내가 화장실에 가도 되냐고 물었더니 작업자는 내게 작업 들어가기 전, 아니면 쉬는 시간에 가라고 한다. 관리자에 해당되는 듯한 주황색 조끼를 입은 분을 따라가 봤다.

일 자체는 이전에 마켓컬리에서 했던 것과 비슷했다. 제품을 꺼내 지역으로 추정되는 세 자리 숫자 박스에 분류해 담는 거였다.

문제는 작업장의 높이였다. 바닥부터 5단까지 분류한 박스에 물건을 넣다보면, 맨 위쪽 칸에는 까치발을 들어야 겨우 간당간당 닿았다. 상품이 가벼우면 그마나 낫지만, 세제나 서적류는 넣고 박스를 정리할 때마다 다리가 후들거렸다.

그러다 박스가 꽉 차면, 장을 잠근 뒤 뒤로 밀고 그 박스를 트레일러에 옮겨야 한다. 옮기는 건 대부분 남자들의 몫이었다. 그들 역시 바닥에서 올리거나 위에서 내릴 때 다리가 후들거릴 만한 무게였지만, 모두들 말할 사이도 없이 쉬지 않고 움직이는 모습이었다.

여느 회사의 분위기와 비교하는 게 어불성설이지만, 보통은 1시간에 10분은 쉬면서 흡연을 하거나 물을 마시거나 하다못해 화장실을 가지 않던가. 여기선 화장실에 갈 시간은 전혀 없고, 갈 생각도 하지 못한다. 내가 신청한 5시간 중, 쉬는 시간은 30분, 그것도 몰아서 준다.

덥다. 선풍기가 돌아가지만 더운 바람이 나온다. 땀을 흘리니 화장실은 덜 간다. 한 모금 물이 너무 아쉬웠다. 인당 2병이란 500ml 생수를 가지러 갈 틈도 없이, 작업 물량은 내 앞에 쌓이고 내리고 또 쌓이고를 반복했다. 진도가 늦으면 어디선가 누군가 나를 쳐다보고 있는 건지 "서둘러주세요"란 방송이 스피커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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