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 택배 노동자 유가족에게 송편을 나눠드리고 싶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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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이 다가오면 연례행사처럼 송편을 만든다. 손으로 조물조물해 말랑해진 떡에 달콤한 소를 넣고 떡도장으로 꾹꾹 찍으면 예쁜 떡이 만들어진다. 솔잎과 함께 찜기에 담아 15분가량 찐 송편에 참기름과 물을 발라 접시에 담아두면 언제 만들었냐는 듯 금세 사라져 버린다. 갓 쪄낸 송편의 맛은 칼로리 증가도 잊게 만들 정도로 맛있다. 중학생인 큰 아이는 송편을 위해 독특한 도안까지 그리며 즐거워했고, 작은 아이는 심각한 표정으로 도구를 활용해 작고 섬세한 조각을 만들었다.
어깨가 아프다면서도 쉬지 않고 열심히 만드는 모습에 어차피 먹으면 그만인데 뭘 저리도 열심히 만드나 싶었지만 나름의 의도가 있겠거니 싶어서 지켜보기만 했다. 마지막 송편까지 찜기에 넣은 후 식탁을 치우고 다 만들어진 송편들을 꺼내 접시에 담았다. 둘째 아이가 만든 송편들은 감탄사가 나올 정도로 귀엽고 아기자기했다. 아이 접시에 예쁘게 담아 먹으라고 주었더니 아이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괜찮아, 난 터진 거 먹을게. 엄마, 정성을 쏟는다는 건 진짜 힘든 일이구나. 그런데 자꾸 예뻐져."
예쁘게 만든 송편은 아까워서 먹질 못하고 잘못 만든 것이나 대충 주먹으로 꾹 눌러 만든 것들만 먹겠다는 줄로 짐작하고 칭찬을 담아 말을 건넸다.
"이렇게 예쁜데 어떻게 먹지? 어쩜 이렇게 곱게 만들었을까?"
"너무 예쁘니까, 내가 안 먹고 선물하려고. 예쁜 건 나누는 거야."
아이는 말을 마치자마자 어깨를 주무르며 도시락통을 찾았다. 만든 것들 중 가장 예쁜 것들만 골라 가족들이 먹을 통과 도시락 통에 나눠 담았다.
아이 덕분에 알게 된 '나눔'의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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