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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최고관리자 /  DATE: 25-03-19 16:43 /  HIT: 3회

오마이뉴스 | 종일 일한 뒤 입금된 약 8만 원... 숙연함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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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 기사에서 이어집니다(관련 기사: 60대인데요, 단순 포장 알바를 시작했습니다 https://omn.kr/2ck9t).

우리를 태운 차는 10분쯤 갔을까, 3층 정도 건물이 잇닿아 있는 작은 단지 안으로 들어선다. 그중 한 건물, 역시나 생소한 이름의 코스메틱 브랜드였다. 알바 알선 업자는 이곳에서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일을 마친 후 회사의 출퇴근 기록부로 퇴근을 확인하고 그 사진을 찍어 보내면 입금을 해주겠다고 한다.

2층으로 올라가 좁은 복도를 따라가니 '휴게실'이 나왔다. 그곳 방문을 여니 두어 평쯤 되는 방 안에 중년의 여성들 열두어 명이 앉아 작업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온돌 장판이 깔려있는 방에 짬에 따라 제일 따뜻한 아랫목부터 한 자리씩 차지하고 앉아있었다.

방문을 열고 한 사람이 들어왔는데 '짬'이 있는 분인지 아랫목(?)에 앉아 있던 사람이 '언니~, 여기 앉으세요'하며 선뜻 자리를 내준다. 그분도 못 이기는 척 그 자리에 가서 담요를 끌어당겨 앉는다. 2월이라지만 아직 이른 아침은 차다. 당연히 나나, 새로 간 사람들의 자리는 겨우 냉골을 면한 구석자리다.

세상은 넓다더니, 먼저 갔던 공장에서부터 여기까지 중년의 여성들이 주요한 '산업 역군'이다. 조금 다녔던 사람들은 벌써 언니, 동생이 된 사이, 그 길지 않은 시간에도 저마다의 이야기가 풀어져 나온다.

어느덧 9시 10분 전, 엉덩이가 들썩이는 누군가에게 경험 풍부한 선배들이 그럴 것 없다고 딱 잘라 말한다. 5분 전에 일어나 들어가 9시 정각부터 일하면 된다는 것이다.

한 사람이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었다. 자기가 전에 일하던 공장은 매일 일을 6시 15분까지 시켰었단다. 그 이유가 16분이 되면 연장 수당을 줘야 하기 때문이었다는데, 연장 수당은 주기 싫고, 그래도 일은 더 시키고 싶어 그 15분을 더 붙잡고 늘어졌다던 공장... 그래서?

결국 때려치웠단다. 옆에서 그게 '노동 착취' 아니었겠냐며 거든다. 어느새 우리 사회에 '노동권'에 대한 인식이 폭넓게 안착되어 있구나 그런 실감이 들었다.

하루를 일하다 보니 정말 시간이 칼 같았다. 오전 9시에 일을 시작해서 11시 10분 휴식 시간, 다시 12시 반 점심시간, 그리고 4시에 휴식에 이어, 5시 50분쯤 일을 마치고 청소를 한 후 깔끔하게 마무리 됐다.

단순하지만 단순하지 않은 노동

드디어 9시, 장갑과 부직포로 만든 머리 작업망을 쓰고 공장 안으로 들어갔다. 교실 서너 개쯤 되는 공간이 두 공간으로 나뉘어 있다. 다른 쪽 공간에서는 '워터 패드'를 만들어 담고, 이쪽 공간에서는 그것을 포장하는 작업이 이루어졌다. 처음 내가 맡은 작업은 밀봉한 워터패드 봉지를 팔로 눌러 한번 더 공기를 빼는 작업이었다.

그런데 내 옆에서 박스에 담는 작업을 하는 분보다, 내가 더 키가 크다는 이유로 현장에서 작업이 바뀌었다. 이번에 할 일은 정육면체 박스에 워터 패드 봉지 열 개씩 담아 테이핑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작업이다.

작업장을 둘러보니 나름 짬이 있는 직원들은 '전진 배치'되어 상대적으로 덜 단순한 작업을 맡고 있었다. 나처럼 오늘 온 사람들은 컨베이어 벨트 마지막 쪽에 배치되어 상대적으로 더 단순 작업을 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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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베이어 벨트가 돌아가고 박스에 열 개씩 넣는데, 막상 이 단순하다는 작업도 만만치 않았다. 컨베이어 벨트 속도에 맞춰 앞에서 작업을 한 물건들이 연달아 오고, 그걸 밀리지 않게 재빨리 박스에 담아야 하는데 박스에 봉지 10 개 넣는 게 뭐라고 걔네들 '정렬' 시키는데 맘만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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