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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최고관리자 /  DATE: 21-03-31 12:19 /  HIT: 24회

오마이뉴스 | 택배 주문 안 하기, 번번이 실패했지만 괜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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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국에 셋째 아이 출산까지 겹쳐 외출이 어려워진 탓에 택배 주문이 이전보다 훨씬 늘었다. 기본적인 식자재와 휴지, 칫솔, 기저귀 같은 생필품부터 머리끈, 면봉, 볼펜 따위의 소소한 물건들까지 인터넷 쇼핑으로 구입했다. 가격을 비교해 좀 더 저렴하게 판매하는 곳에서 사다 보니 택배 상자는 작아졌지만, 가짓수는 더 많아졌다. 하루도 쉬지 않고 집 앞으로 택배가 두세 개 왔다.

밥도, 잠도, 세수도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집중 육아기를 지나는 때에, 내 자유의지로 스마트폰을 터치하면 집 앞에 물건이 온다는 게 위안일 때도 있었다. 뭔가, 세상에 아직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영역이 남아 있는 것 같다고나 할까. 택배로 소소하지만 확실한 기쁨을 누렸다.

택배를 끊자고 결심한 이유 

그랬던 내가 택배 주문을 그만두기로 했다. 지난해 11월 즈음, 가볍게 터치 몇 번만으로 주문을 완료한 후 무심결에 눈을 두고 있던 뉴스에 과로로 사망한 택배 노동자 이야기가 나왔다. 내가 편히 주문한 물건을 배달하다 누군가 죽을 수도 있다니, 멈춰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 일주일은 그럭저럭 잘 버텼다. 하지만, 배송 올 물건이 없는 둘째 주에는 바로 실패했다. 생각은 생각이고, 실천은 실천인 걸까. 갑자기 품절이던 예쁜 텀블러가 재입고되었단 알림이 오고, 단골이던 고구마 생산자가 할인 행사를 한다며 문자를 보냈다.

아기 기저귀가 떨어져 가고, 읽고 싶은 책이 도서관에서는 모두 대출 중이었다. 아이들이 볼 책을 빌리러 도서관에 가려고 해도 어린 셋째까지 데리고 나서기 쉽지 않았다. '나 하나 달라진다고 뭐가 얼마나 크게 바뀌겠어'라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왔고, 결국 주문을 하고 말았다.

그 사이 또 한 명의 택배기사가 뇌출혈로 사망했다는 기사가 나왔다. 택배를 받고 포장을 뜯는데 괜찮지 않았다. 물건 하나를 사기 위해 쓰레기를 더 만들고, 배송하는 사람까지 과로로 사망한다는 데, 나는 왜 멈출 수 없는 걸까. 손과 머리가 따로 노는 상황이 답답해 단호하지 못한 나를 탓하게 됐다.

쓰레기는 내 눈 앞에서 치우고 어디로 가는지 눈 감아 버리면 그만이고, 생명과 안전을 위협받으며 일하는 택배 노동자는 나와 무관한 사람으로 여기면 괜찮아지는 건가.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세상을 좀 다르게 보고 이해하기 위해 책을 읽고 모임에 참여하는 나의 이중성에 짜증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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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번이 실패한 나의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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