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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최고관리자 /  DATE: 24-12-18 16:56 /  HIT: 7회

오마이뉴스 |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는 연대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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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요가원에 등록해 다닌 지 몇 해 째다. 갑자기 며칠 전부터 난방 보수공사를 한다고 요가원 난방가동을 중지하는 바람에 난감해졌다. 옷을 껴입은 채 요가를 시작하며 나름의 편법을 써보았다. 시베리아 추위를 상상해보자. 영하 삼십도, 얼굴에 쓴 마스크가 얼어붙고 구멍난 펠트장화 속으로 눈이 스며들어 발이 꽁꽁 얼어붙는 풍경을 떠올렸다. 마법이라도 일어난 듯 실내 냉기가 무감하게 다가왔다.

러시아 작가 알렉산드르 솔제니친(1918~2008)의 소설 <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를 읽었다. 한겨울 수용소의 하루는 새벽 다섯 시 기상신호로 시작된다. 바깥은 한밤중처럼 어둡고 수은주는 영하 삼십도에 가깝다. 끼니당 이백 그램의 빵과 멀건 스프로 허기를 면한 죄수들은 살을 에는 듯한 추위 속에서 중노동을 한다. 책을 읽는 동안 아무 생각없이 먹었던 하찮은 음식, 변변찮은 공간이지만 비바람을 막아주는 모든 것들이 소중하게 여겨졌다.

요가 강사의 구령에 맞춰 다같이 몸을 풀고 심호흡을 반복했다. 추워서 경직된 몸이 조금씩 이완되기 시작했다. 한 동작을 끝내고 새로운 동작을 시도하기 전, 잠시 호흡을 골랐다. 흐트러진 자세를 바로잡고 힘을 모으기 위해서다.

수용소의 일과는 인원을 점검하고 신체검사를 마친 뒤에야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한 가지 일과를 끝내고 다음 일과로 나아가기 전, 반드시 인원점검을 거치는데, 그 이유는 죄수가 탈주하는 걸 막기 위해서다. 탈주하다 잡히면 즉결처형이다. 탈주에 성공하더라도 수용소 바깥의 추위를 이기지 못하고 얼어죽는 경우가 많지만 그럼에도 탈주 시도는 끊이지 않는다.

움직이니 몸에서 열이 났다. 이젠 수용소 추위를 상상하지 않아도 될 정도다. 껴입은 옷을 벗고 양말도 벗었다. 복부에 힘을 가하는 요가동작을 반복했다. 추위가 사라지니 고통이 밀려들었다. 하지만 참을 만하다. 잠시 후면 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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