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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최고관리자 /  DATE: 24-12-12 15:17 /  HIT: 7회

오마이뉴스 | 악플과 가부장제 위선 밟고 나온 '여자들의 광장'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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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윤석열 탄핵 집회장에서, 나는 의아하고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에 사로잡혔다. 내 주변, 집회장을 가득 채우고 있는 주체가 내 딸애 또래의 젊은 여성들이었기 때문이다. 박근혜 탄핵 집회 때 가봤을 때도 젊은 여성들이 있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놀라울 정도였다.

계엄이 번져 시국이 위태로워지면 '페미 X들을 찾아 죽이자'는 남초 커뮤니티의 무참한 댓글 테러를 가볍게 쓰레기통에 처박는 것으로 진압하고, 명백히 존재하는 성차별이나 여성 혐오가 없다고 우기는 가부장의 위선과 윽박지름을 지긋이 지르밟는 모습이었다. 용감히 광장으로 뛰어나와 탄핵을 외치는 이들 여성들의 기개에 나는 압도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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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을 체포하고 탄핵하라는 나의 구호는 이들의 기를 받아 더 크고 높게 뻗어 나갔다. 이 우뚝하고 사랑스러운 소녀들과 여자들이 어찌 가슴 벅차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나는 내가 보고 있는 이 광경이 나만 겪는, 나만의 상황적 사실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해서 다음날 집회에 참석한 친구나 지인들을 수소문해 그들이 목격한 탄핵 집회의 주체들을 물어보았다. 대답과 함께 보내온 사진에는 내가 본 '여자들의 광장'이 나만의 상황이 아니었음을 확인해 주고 있었다. 이들이 미래의 희망이라는 답글도 있었다.

사실 이들에게 미래의 희망이라고 말하기에는 여간 미안한 게 아니다. '싹수없는 젊은 X들이 재미만 보고 애는 안 낳으려 한다'는 입으로 전할 수도 없는 저주 섞인 혐오에, 비정규직 노동 시장을 가득 채우고 있는 젊은 여성들에 대한 저임금 노동 착취와 성차별만 보더라도, 어떻게 이들에게 희망 운운할 수 있겠는가. 누가 미래의 희망을 이렇게 취급한단 말인가.

나는 내 앞과 옆과 뒤를 가득 채우고 있는 여성들이 들고 있는 가지가지의 응원봉을 살펴보느라 간간이 구호 타이밍을 놓쳤다. 아, 요즘 여성들은 저런 걸 들고 '덕질'을 하는구나.

시위를 대규모 축제처럼 만들어버린 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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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천하의 악당 반란수괴 윤석열을 처벌하라는 탄핵 집회장에 저 블링 블링한 응원봉을 들고 나오다니, 기막힌 전유가 아닌가. 이들은 탄핵 광장을 마치 대규모 놀이광장으로 전유해, 거악을 이기는 것은 더 큰 증오가 아니라 모두의 조롱거리로 낙후시키는 유희임을 선취한 매우 고차원의 전략으로 집회에 임하고 있었다. 엠지(MZ)의 센스는 확실히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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