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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최고관리자 /  DATE: 21-02-18 09:11 /  HIT: 18회

오마이뉴스 | 쉴 때는 살림 같이 하더니, 일 나가니 달라진 이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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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1년여간의 집콕 생활을 청산하고 새로운 곳에 출근하기 시작했다. 전 직장을 그만둔 뒤 공부를 하기도 했지만 다행히 일찌감치 이직이 확정된 덕분에 꽤 긴 여유를 즐길 수 있었다. 코로나 때문에 여행 한 번 못 떠나는 것을 아쉬워했지만 노는 것도 질린다 말할 때쯤 새 직장 생활이 시작된 것이다.

그간 하루종일 함께 있는 것에 지친 적도 있지만 나름대로 재미를 찾고 즐기던 참이었다. 삼시세끼를 함께 짓고 먹는 것을 숙제가 아닌 놀이로 바꿔나갔다. 남편은 몇 가지 요리에 능숙해졌고 내가 재택 근무로 바쁠 때는 식사 준비를 도맡기도 했다. 청소와 설거지도 갈수록 손발이 척척 맞아 즐겁기까지 했다. 

그렇게 1년 넘게 내내 같이 있던 남편이 출근하고 나니 집이 어쩐지 휑해 보였다. 홀로 남은 첫날은 오랜만의 고요에 눈물이 핑 돌았을 정도. 멀리 떠난 것도 아니고 아침에 출근했다 저녁에 퇴근하는 것이니 이렇게 주책맞을 수 없다. 이런 내가 우스워 혼자 울다 웃기도 했는데, 어쩌나. 낭만은 딱 거기까지였다.

남편의 변화, 울화가 치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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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새벽 여섯 시에 일어나 홀로 아침을 짓는 것은 조금도 억울하지 않다. 출근 준비에 바쁜 그가 함께 하기에는 무리이며 이건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른바 '재생산노동'을 기쁜 마음으로 하기 위해 전일제 근무 대신 프리랜서를 택한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살림과 뒤치다꺼리는 다른 일 아닌가. 

남편의 사소한 행동들이 눈에 들어 왔다. 퇴근 후 벗어둔 양말이 아무 데나 굴러 다녔고 주말에 먹고 난 과자 봉지와 맥주 캔이 식탁 위에 그대로 널브러져 있는 것을 보았다. 집에 함께 있을 때까지만 해도 비닐과 캔은 깨끗하게 씻어 잘 말리고 분리수거까지 하던 그였다. 이제 아무것도 안 하겠다는 건가.

그의 변화를 가만히 지켜보다 울화가 치밀었다. 집에 같이 있을 때는 함께 살림을 돌봤지만 이제 돈을 버니 모든 것은 내 책임이 되는 것인가. 그렇다면 나 혼자 경제활동을 할 때는 왜 같이 살림을 했던 건가. 나는 그에게 모든 것을 일임한 적이 없다. 혹시 수입의 많고 적음이 문제인 걸까. 

이런 의문은 내가 많은 돈을 벌어들이지 못한다는 것에 대한 자괴감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남들 공부할 때 공부했고 또 취직했지만, 전문직의 멋진 커리어우먼은 되지 못했다. 대체로 그런 내 자신을 비관하고 때로는 사회적 문제라고 주장하고 싶기도 하지만, 나는 이 상황 속에서 내 역할을 하고 있다고 믿는다. 

남편의 퇴사와 새로운 시작을 명랑하게 응원한 것도, 그가 경제활동 없이 1년간 편안하게 쉴 수 있었던 것도, 얼마 되진 않지만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정도의 내 수입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 부부가 소박하게 저축을 하며 나름 건실하게 가계를 유지하는 것에는 내 공이 크다고 자부한다. 

하지만 이 모든 구구한 설명보다 중요한 것은 나는 우리 부부를 단지 경제적인 공동체로만 바라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남편 역시 단지 경제적 유불리에 입각해 나와의 결혼을 결정했을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우리는 그 무엇보다 서로의 '행복'을 추구하는 공동체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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